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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투의 심리학 [책 요약] 2부 - 전투 상황에서의 지각 왜곡

finding wangdo 2025. 1. 26. 15:05

 

2부 - 전투 상황에서의 지각 왜곡

 

전투 상황에서 우리의 시각과 청각이 왜곡된다. 우리의 대뇌 피질은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감각을 걸러낸다. 경찰들은 총격전이 시작하자마자 청력이 감소하고 총성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컨디션 옐로에서는 본인의 총성을 못 듣지만 다른 사람의 총성은 듣는다. 컨디션 레드에서는 총성을 전부 못듣는다. 다만 탄피 떨어지는 소리, 약실이 딸깍하는 소리 등은 듣는다. 컨디션 블랙에서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

 

소리 증폭 현상도 존재한다. 총격전을 겪은 경찰들은 시각이 차단되고 소리가 증폭되는 경험을 한다. 고통 감각이 차단되기도 한다. 한편 시각적 선명도가 향상되는 경우도 있다. 경찰에 신고해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말해야 할 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인상착의를 자세히 보고할 수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고 느끼는 슬로모션타임이 있다. 이를 겪는 전사들은 몸에 일시적으로 마비가 왔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본인을 제 3자로 느끼는 해리현상도 있고 간섭적 잡념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알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시로, 경찰들은 총을 격발한 후 본인이 몇 발 발사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이는 총을 많이 발사했을수록 심하게 나타난다. 이것은 전술적 고착 때문이다. 전술적 고착이란 위급한 상황에서 이미 시도한 방법에 계속 집착하고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화재 때문에 건물에서 탈출해야 할 때 문이 잠겼을 때 다른 문을 찾지 않고 자꾸만 그 문에 집착해 열려고 시도하는 것이 한 사례다. 총을 용의자한테 쏜다고 해서 용의자는 바로 죽지 않는다. 총을 자꾸만 쏜다고 해서 용의자가 빨리 죽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용의자에게 총을 쏜 후에도 자꾸 무의식적으로 같은 사람에게 다시 총을 쏘는 게 전술적 고착 때문이다. 그래서 경찰들은 실제로 쏜 총알 수보다 적게 쐈다고 기억한다.

 

오토파일럿 현상이란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예시로 용의자가 총을 꺼내는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총을 발포하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오토파일럿 효과 때문에 훈련은 실제처럼 해야 한다. 사격 훈련 시 총 든 표적과 총을 들지 않은 표적을 구분해서 훈련해야 실전에서 총을 든 사람만 쏠 수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중 지휘관의 명령이나 부사수 등의 부재로 인해 홀로 적군과 마주쳐 쏴야 하는 상황에서 실제로 쏠 수 있었던 소총병은 15~20%에 불과하다. 과녁 맞추는 훈련에서 실전적 전투 시뮬레이션 훈련으로 훈련 방식을 변경한 후 이 퍼센트 수치를 베트남전에서 95%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실전 재현이 얼마나 충실하냐가 실전에서의 효과를 결정한다.

 

오토파일럿 현상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그걸 불량근육기억 또는 훈련 흉터라고 부른다. 훈련 시 탄피를 회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탄피를 모아 주머니에 넣는 습관을 들인 경찰관들이 있다. 하지만 실전에서 탄피를 그렇게 모으는 것은 시간 낭비다. 그럼에도 실전에서 무의식적으로 탄피를 주머니에 모아놓고 그걸 기억 못 하는 경우가 있다.

 

한 경찰관은 평소에 친구들을 상대로 상대가 든 총을 빼앗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선 빼앗은 총을 다시 주인에게 돌려준 뒤 뺏는 연습을 반복했다. 실전에서, 이 경찰관은 연습 덕분에 용의자의 총을 순식간에 빼앗는 데 성공했지만 연습에서 한대로 무의식적으로 용의자에게 총을 돌려주고 말았다.

 

존 포이가 만든 숙련도 모델은 숙련도를 네 단계로 나눈다. 무의식적 무능(본인이 무능하다는 것을 모름), 의식적 무능(무능하다는 것을 앎), 의식적 역량(의식해야 역량 발휘가능), 무의식적 역량(무의식적으로 역량을 발휘)이다. 이 무의식적 역량이 바로 오토파일럿 상태다.

 

사격 게임은 사람들의 무의식적 역량을 끌어올려 실전에서 사격 능력을 향상시킨다. 실제로 총을 한 번도 쏴 본 적 없는 사람도 게임을 통한 무의식적 역량을 길러 뛰어난 사격실력을 보인다. 미 육군도 덕 헌트라는 게임을 구입해 사격 훈련에 이용한 적 있다.

 

다수의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에서 비디오 게임이 범인들의 사격 실력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다만 추가할 점으로, 비디오 게임은 사람을 많이 죽일수록 점수를 많이 줌으로써 사격을 멈추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래서 범인들은 무의식적으로 총기난사를 개시한 후 죽일 계획 없던 본인과 친했던 친구들까지 죽이고 그 일을 뒤늦게 후회한다.

 

오토파일럿 효과는 반대로 이용할 수도 있다. 게임 상황에서는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일시정지를 해 상황을 정지를 한다. 실전에서 경찰들이 게임의 영향을 많이 받은 총기난사범에게 "멈춰"라고 외쳤을 때 무의식적으로 총격을 중단한다. 역시나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말문이 막혀 원하는 말이 잘 안 나올 수 있다. 그래서 훈련 시 실전에 필요한 말을 외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총 내려놔"라는 말을 연습하는 거다. 그런데 "총 내려놔"는 용의자가 총이 아닌 다른 무기를 들었을 때 상황에 혼란만 야기한다. 하지만 경찰관들은 훈련으로 연습만 말을 무의식적으로 내뱉고 본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평소에 "무기 내려놔"라는 말을 연습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 이 요약은 책에서 언급한 순서대로 요약한 게 아니라 글의 흐름이 이어지도록 내가 임의적으로 순서를 재구성해 쓴 글이다.